잡동사니 보석함

Hardware Devices

MS Sculpt Ergonomic Keyboard and Mouse

2020. 11. 14.

키보드랑 장시간 친하게 지내야 하는 직업이라 나름대로 키보드에 까다롭습니다. 기계식 키보드나 비싼 키보드를 찾는 건 아니고, 저랑 잘 맞는 키보드를 찾는 편입니다. 키감보다는 높이에 영향을 많이 받는지라 높이가 낮은 팬터그래프나 버터플라이 방식 키보드를 좋아합니다.

로지텍의 일루미네이티드 유선 키보드(K740)가 잘 맞아서 7년 정도 사용했어요. 작업 환경 때문에 무선 키보드로 바꿨는데, 이게 잘 안 맞았는지 몇 달 사용하니 왼쪽 팔목과 손가락이 저리고 통증도 생겼습니다. 다시 유선으로 돌아가긴 어려워서 새 무선 키보드를 물색했습니다.

통증 때문에 인체공학 키보드에 관심이 생겨서 둘러보니 예상외로 종류가 많더군요. 남들 다 좋다는 키보드가 저랑은 잘 맞지 않았던 경우가 많아서 스펙이랑 외형만 보고, 제 취향대로 골랐습니다. 낮은 높이와 팬터그래프 방식인지가 주요 조건이었어요.

마이크로소프트의 스컬프트 어고노믹 키보드(이하 스컬프트 키보드)로 낙찰. 사용해 봤다는 지인의 평이 그리 좋지 않아서 고민도 했지만, 마땅한 대안도 없어서요. 다행히 제겐 잘 맞는 제품이었습니다. 6월 초에 샀으니 5달 정도 썼네요. 통증도 완전히 사라졌고, 키 배치에 불만이 좀 있긴 하지만 대체로 만족하며 잘 쓰고 있습니다.

Microsoft Sculpt Ergonomic Keyboard and Mouse

키보드와 마우스를 별도로도 세트로도 팔길래 사는 김에 세트로 샀습니다. 메인 키보드 외에 숫자패드와 마우스가 세트로 들어 있고, 세트 모두가 하나의 동글로 연결됩니다. 키보드, 마우스만도 따로 판매하지만, 동글과 별도 페어링이 안 되기 때문에 섞어서 쓸 수는 없다고 합니다. 일부가 고장 나면 세트를 통째로 교체해야 하겠네요. 그래도 MS니, AS는 잘해주겠죠.

GS샵에서 11만원 정도에 샀습니다. 로지텍 키보드가 15만원 정도였는데, 이건 마우스 포함 11만원이라니 가격이 참 착해요.

키보드 전체 구조

사진에서 보다시피 키가 좌우로 나뉘어 있습니다. 간격이 그리 넓지 않지만, 키의 방향도 약간 틀어져 있어서인지 자세가 상당히 자연스럽게 나왔어요.

키보드 경사가 독특합니다. 일단 좌우로 봤을 때, 중앙이 높아요. 산 같은 느낌이랄까요. 덕분에 손목이 조금 덜 돌아간 상태가 됩니다.

그리고 키보드 앞뒤 경사를 만들어주는 다리가 뒤가 아니라 앞에 있습니다. 정확히는 다리가 아니라 자석으로 탈착하는 구조. 당연히 다리를 붙이면 키보드 앞이 더 높아집니다. 키보드 뒤로 갈수록 높이가 낮아지는 형태로, 일반적인 키보드와는 정반대입니다.

앞이 더 높은 구조다 보니 손목이 일자로 쭉 펴져서 좋습니다. 앞쪽 높이가 높으니 자연스레 손목과 팔은 팜레스트 위에 올라가게 됩니다. 팜레스트는 말랑한 재질이고 촉감도 괜찮은 편입니다. 다만 너비가 좀 애매합니다. 키보드를 쓰다 보면 팜레스트가 손목을 안정적으로 받쳐주질 못해요. 손 크기나 자세에 따라 달라질 것 같긴 한데, 저는 좀 부족했어요.

해서 지금은 다리를 붙이지 않고 평평하게 쓰고 있습니다. 이것도 나쁘지 않아요. 책상이랑 의자 높이만 적절히 맞추면 편한 자세로 쓸 수 있습니다.

키 배치

다른 것보다 B키(한글 ㅠ) 위치가 가장 걱정이었습니다. 영어는 몰라도 한글 ㅠ는 항상 오른손으로 눌러왔는데, 이 키가 왼쪽에 있으니까요. 실제로 처음엔 어색해서 오타도 많이 냈습니다. 그래도 한두 주 사용하니 익숙해지더군요. 지금은 반대로 일반 키보드를 쓸 때 정위치에 있는 B키가 어색합니다.

의외로 불편했던 건 스페이스키와 특수키였습니다.

스페이스키가 조금만 더 길었으면 좋았을텐데요. 전체적으로 키가 좌우로 벌어져 있는데, 스페이스키는 그다지 길어지지 않았거든요. 물리적 길이가 짧은 건 아닌데, 실제로 사용해보면 있어야 할 위치에 스페이스키가 없다는 느낌입니다. 그나마 다행인 건 키감은 좋아서 스페이스키 끝쪽만 살짝 눌러도 인식이 잘 된다는 점이겠네요.

특수키 배치는 절망적입니다. Insert키가 Delete키 바로 아래 붙어있고, Home, End, Page Up/Down은 세로로 주르륵 붙어있어요. 드물지 않게 쓰는 키인데 쓸 때마다 스트레스가... Delete키를 누르려다 Insert를 누른 게 한두 번이 아니고, 나머지 네 개 키는 결국 사용을 포기하고 다른 키에 매핑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가끔 왼손으로만 키보드를 사용할 때, 우측에 있는 키를 누르기 애매할 때가 있습니다. 맥에서 자주 사용하는 Command + N 같은 단축키는 사용하기 아주 번거로워졌어요. 이 부분은 특수한 케이스니 제가 감수해야 할 부분이겠죠.

숫자패드가 별도로 제공되는 건 아주 만족스럽습니다. 메인 키보드에서 숫자패드가 빠지면서 알파벳키와 마우스 위치가 가까워져서 좋고, 별도 숫자패드가 있으니 가끔 숫자를 대량 입력할 때 사용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숫자 입력 시 숫자패드가 있고 없고 차이가 엄청나니까요.

숫자패드에 계산기 단축키와 Clear키, Backspace키, Enter키가 추가로 있어서 계산기처럼 쓸 수 있다는 점도 만족스럽습니다.

키감

전체적인 키감은 상당히 좋은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키보드를 따지는 것 치고 키감에는 그리 민감한 편이 아니라서 딱 잘라 말하기가 어렵네요. 쫀쫀하면서도 무겁지 않은 느낌이라 사용 시 아주 쾌적합니다.

다만, 최상단에 있는 ESC와 F1 ~ F12, 몇몇 특수키 등 크기가 작은 키들은 키감이 아주 달라요. 옛날 오디오의 똑딱이 버튼 같은 느낌입니다. 작게 만들다 보니 방식이 달라진 걸까요? 자주 쓰는 키는 아니지만, 아쉬운 부분입니다.

마우스

마우스도 손목을 돌리지 않고 사용할 수 있도록 디자인되어 있습니다. 잡아보면 손 위치가 참 편해요. 마우스가 상당히 크고 무거운데, 의외로 큰 저항 없이 부드럽게 움직입니다. 마우스 바닥 면에 매끈한 플라스틱 때문인 것 같습니다.

마우스 좌우 버튼과 휠 외에 매핑할 수 있는 추가 버튼이 2개 있습니다. 그 중 한 개는 딱 엄지손가락 위치에 와서 누르기가 정말 편합니다. 자주 쓰는 키나 기능을 매핑시켜두면 유용하겠죠.

처음엔 무게 때문에 별로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키보드보다 더 사랑하는 마우스가 됐습니다.

배터리

배터리 커버가 아주 독특합니다. 키보드와 마우스는 자석으로 고정되는 형식이고, 숫자패드는 클립과 나사를 함께 사용합니다. 자석 덮개는 무척 편하고, 나사 덮개는 무척 불편합니다. 열어보면 느낌이 정말 극과 극이에요.

키보드는 AAA 배터리 2개, 마우스는 AA 배터리 2개, 숫자패드는 CR2430 배터리 1개가 들어갑니다.

에너지 효율이 상당히 좋은 것 같아요. 사용을 시작하고 5개월이 지났는데, 마우스 배터리만 한 번 갈아줬습니다. 주말까지 평균을 내도 사용시간이 하루 12시간을 넘고, 사용시간 내내 키보드와 마우스를 사용한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실제로 애플의 무선 매직키보드와 트랙패드는 거의 매달 배터리를 갈았어요. 덕분에 배터리도 50개, 100개 단위로 사다 썼는데, 키보드를 바꾸면서 배터리 사용량이 확 줄어들었습니다.

동글

앞에서 언급했는데 동글 1개로 키보드와 마우스 전체 세트 사용이 가능합니다.

요즘 많이 사용하는 작은 동글이 아니고, 옛날에 쓰던 큼직한 동글입니다. 노트북에 꽃은 채로 휴대하기엔 아무래도 부담스럽습니다. 크기 자체보다 톡 튀어나와 있다는 게 아무래도 신경이 쓰이니까요.

윈도와 맥 모두 인식은 빠르게 잘 되었습니다.

휴지 딜레이는 거의 없는데, 사용 중에 딜레이가 가끔 발생합니다. 빈도랑 정도가 심하진 않지만, 무시할 수 있다고 단언할 정도도 아닙니다.

총평

전체적으로 만족스럽습니다. 적당히 편한 자세로 사용할 수 있고, 손목에 부담도 적습니다. 중앙 부분에 위치한 몇몇 키만 제외하면 각도만 살짝 달라졌을 뿐 기존 일반 키보드와 동일한 배치라 적응도 쉽고요. 팜레스트가 있는 납작한 키보드라는 점도 제 취향에 맞아 좋습니다.

인체공학적 디자인을 제외하고 생각하더라도, 숫자패드가 따로 빠져 있고, 키감도 준수하고, 가격도 적당하고, 배터리도 오래가는 등 괜찮은 키보드입니다. 폭신하고 부드러운 팜레스트도 장점이겠네요. 글에서 다루진 않았지만 펑션키 토글 버튼도 유용합니다.

단점을 꼽자면 일부 키 배치와 큼직한 동글, 가끔 발생하는 딜레이를 들겠습니다. 단점 부분은 사용 패턴에 따라 별 문제가 안 될 수도 있고, 중요한 문제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아, 그리고 키보드 크기가 작진 않습니다. 키를 좌우로 나누며 가운데 빈 공간이 상당해서 좌우로 긴 편입니다. 팜레스트도 넓은 편이고, 굴곡도 있다 보니 더 커 보여요. 독특한 특수키 배치나 작은 펑션키가 조금이라도 크기를 절제하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개인적으론 어차피 커다란 풀 키보드인데 크기 좀 더 희생해서 사용성을 높이면 좋을 텐데 싶지만요.

그 외엔... 팜레스트 내구성이 조금 걱정되긴 합니다. 손이 많이 가는 팜레스트 오른쪽 부분은 슬슬 닳아가는 게 보이거든요. 예상외로 오래 버텨주면 좋겠습니다.

인체공학 키보드를 찾아보면 재미있는 제품이 많은데요. 이런 제품과 비교해보면 MS의 스컬프트 키보드는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무난한 인체공학 키보드가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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